대학교수의 의료자문서를 믿고 진단서를 발급해도 될까

전북자치도의사회 법제이사로 활동하면서 직접 상담한 사례와 변호했던 사건 중에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편, 필자의 경험을 위주로 작성한 것으로,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례
의사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소견서를 신뢰할 수 없어 임상적 추정 진단서를 수차례 발급하며 상급 병원 진료 및 확정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했으나, 환자는 의사의 제안을 거절하며 집요하게 최종진단 진단서를 발급해 달라며 괴롭혔다. 급기야 환자는 서울 소재 대학교수가 작성한 의료자문의견서서까지 제시하며 진료가 방해될 정도로 힘들게 해, 찜찜하긴 했지만, MRI 사진,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소견서, 대학교수의 의료자문의견서서 등을 근거로 최종진단 진단서를 발급해줬다. 그런데 원장님은 얼마 후 경찰청에서 허위진단서작성 및 보험사기를 이유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대학교수의 의료자문의견서는 허위진단서작성죄의 면죄부가 아니다.
대학교수의 의료자문의견서는 원칙적으로 법원이나 수시기관을 강제하는 법적 근거도, 법적 효력이 없다. 무엇보다 해당 대학교수가 작성한 것이 맞는지, 충분한 진찰에 근거하여 작성한 것인지 등의 사실 확인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 내용의 객관성이나 중립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대부분 환자 측의 일방적 의뢰로 작성되기 때문에 그 증명력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의료자문의견서를 맹신하고, 오로지 의료자문의견서에만 의존하여 진단서를 발급한다면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것으로 보아 허위진단서작성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질 뿐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충분한 진찰과 진단 근거를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바로 허위진단서작성죄의 면죄부!
허위진단서작성죄의 성립 여부는 의사가 진단서의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주관적으로 인식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진단서를 발급하는 의사는 충분한 진찰에 따라 진단서를 발급하여야 한다.
이에 자문의견서 내용이 직접 진찰한 결과와 모순되는 경우 이를 무시하고 자문의견서를 작성해서는 안 되며, 자문의견서 발급 경위가 비정상적이거나, 환자가 부정한 목적으로 자문의견서를 이용하려 한다는 점을 알면서 충분한 근거 없이 자문의견서에만 의존하여 진단서를 발급하면 허위진단서작성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주의를 요한다.
한편, 의료자문의견서를 진단 근거로 삼는 경우에는, ① 그 의견서를 실제로 대학교수가 작성한 것이 맞는지, ② 의료자문의 근거가 된 자료는 무엇인지, ③ 자문의견 내용과 환자게 제시한 자문의견 내용이 동일한지 등 의료자문의견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④ 그 확인 과정을 녹음, 이메일 등과 같은 객관적 자료로 남겨 법적 분쟁을 대비해야 하며, ⑤ 나아가 ‘OO대학병원 의료자문 결과에 따름’과 같이 진단의 근거가 된 자료를 명확히 기재하면,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고의를 부정하는데 유리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충분한 진찰과 진단서에 진단 근거를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허위진단서작성죄의 면죄부이니, 불필요한 의료자문의견서에 의존해 형사처벌의 위험을 초래할 필요가 없다.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면, 보험사기에도 노출된다.
최근 심혈관․뇌혈관 진단보험비를 노리고 애매한 상황에서 최종진단 진단서 발급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환자가 늘고 있으니, 진단서 발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충분한 진찰에도 불구하고 최종진단이 애매한 상황에서는 최종진단 진단서를 발급하기 보다는 상급 병원 진찰 및 진단을 권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이다. 그렇지 않고 환자의 요구에 따라 발급한 진단서가 허위진단서로 판단되면 보험사기 공범으로 수사를 받게 될 수 있다.
충분한 진찰과 의료자문의견서의 진위 여부 확인해 불송치 결정
다행히 사례에서는 의사가 환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최종진단을 집요하게 요구한 사실을 몰랐고, 나아가 직접 진찰한 결과,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소견서를 신뢰할 수 없어 임상적 추정 진단서만 여러 차례 발급해 오다 환자가 제시한 대학교수의 의료자문의견서의 진위 여부를 충분히 확인한 후 최종진단 진단서를 발급해 준 사실이 인정될 뿐 보험사기 브로커들과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1년이 넘는 수사를 거쳐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허위진단서작성, 허위진단서행사 모두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