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젊은 의사 희생으로 군 의료·지역의료 말할 것인가

2026-08-11의료정책황규석
언제까지 젊은 의사 희생으로 군 의료·지역의료 말할 것인가

젊은 의사에게 3년은 단순한 복무기간이 아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을 시작해야 할 시간일 수 있고, 전공의 수련을 이어 전문의가 돼야 할 시간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연구와 진로를 결정하고 가정을 꾸려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를 선택하는 순간 이 모든 시간표가 한꺼번에 뒤로 밀린다. 병역이라는 이름의 스톱워치를 누르는 순간 자신의 모든 수련과 경력은 3년간 멈춘다. 

과거와 달리 요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현역병 입대를 고민하는 이유는 사명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삶과 수련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 선택을 어느 누가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국가가 젊은 의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제도는 바꾸지 않은 결과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오히려 제도는 젊은 의사를 제외한 채 바뀌고 있다.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은 18개월까지 줄었지만 군의관과 공보의의 복무기간은 사실상 그대로다. 복무가 끝난 뒤 다시 수련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젊은 의사에게 이 차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과거에는 의대생이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해 군의관이나 공보의로 복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로로 받아들여졌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왜일까. 젊은 의사들이 군의관과 공보의를 선택하지 않는 현실에서, 국가와 사회는 이 제도가 왜 외면받고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젊은 의사의 헌신을 당연한 자원처럼 여긴다. 지역에 의사가 부족하면 공보의를 배치하고, 군부대에 의사가 필요하면 군의관을 보낸다. 그 의사가 어떤 수련을 포기하고 어떤 진로를 미룬 채 희생을 강요받아야 하는지는 정책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다. 

국가는 공공의료와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에게 일정한 의무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의무는 공정해야 한다. 의무가 개인의 시간을 한도없이 값싸게 사용할 권리까지 가진 것은 아니다. 헌신은 강요한다고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도는 공정하고 합리적일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공보의를 배치하지 못하는 보건지소가 생기고, 한 명의 공보의가 여러 지역을 오가는 순회진료가 늘고 있다. 

피해는 젊은 의사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의 주민과 군 복무 중인 장병에게 돌아간다. 젊은 의사의 희생을 줄이는 일과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지키는 일은 서로 반대되는 목표가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복무기간 정상화는 젊은 의사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자는 요구가 아니다. 무너지고 있는 군 의료와 지역의료의 인력 기반을 다시 세우자는 제안이다. 지금의 제도를 고집하다가는 복무기간은 그대로 남고 정작 복무할 의사는 사라질 수 있다.

현장에 인력이 없는 것은 인력의 수가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다. 인력이 현장을 피하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의사회가 공보의와 군의관의 복무기간 정상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이 문제가 일부 복무 당사자의 고충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의대생과 전공의가 외면한 제도는 내일 군부대와 의료취약지에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젊은 의사의 수련과 진로를 지키는 일은 미래의 의료인력을 지키는 일이며, 동시에 국민의 의료안전망을 지키는 일이다.

서울시의사회는 그동안 공보의와 군의관의 복무기간을 2년 이내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국회와 끊임없이 군의관 수급 문제를 논의하고, 현역 장병을 대상으로 군의관 복무기간에 관한 인식을 확인하려고 나서는 것도 이 문제를 의료계 내부의 요구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다.

서울시의사회는 오는 9월 17일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의 유용원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한지아 의원,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 함께 복무기간 정상화를 논의하는 국회토론회를 마련하여 가능하면 올해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가 토론회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단순히 복무기간 단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젊은 의사의 목소리를 입법과 제도 변화로 연결하는 일은 의료계가 해야 할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에는 공보의와 군의관의 의무복무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병역법과 군인사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당위성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복무기간만 줄이고 열악한 근무 여건과 과도한 책임을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복무 중 발생한 의료사고와 분쟁에 대한 법적 보호, 임상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 교육 기회, 적절한 진료 환경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

지역의료와 군 의료를 지키는 길은 젊은 의사의 희생을 더 끌어내는 데 있지 않다. 젊은 의사가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군의관과 공보의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있다.

젊은 의사의 멈춘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는 제도에서는 지역의료도, 군 의료도 지킬 수 없다. 해법을 향한 첫걸음은 공보의와 군의관의 복무기간 정상화다.